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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얼빈의 꿈,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뚝 성장했다. 하얼
하자 나라를 찾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모
빈 시를 가로지르는 ‘중앙대로’는 아직도 그
여들던 땅, 속절없이 다 내어주고도 짓눌려 왔
빙등제 <氷燈節>
꿈을 간직한 듯 웅장하다.
던 중국의 땅, 불타는 야욕의 전초기지였던 일
하얼빈은 19세기까지 한적한 어민들의 삶터
본의 땅.
하얼빈은 꿈을 꾸었다.
참혹한 방식으로 세상
에 불과했다. 사실, 하얼빈이란 말도 만주말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모두 제자리
글 임대근_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
China
을 향해 자신을 내어준 중국의 20세기, ‘모던’
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란 뜻이다. 러시아의
로 돌아갔다. 사회주의 중국이 수립(1949)되
이 찾아왔다. 흠뻑 세례를 받고 꿈을 꾸기 시
눈에 든 뒤 철도가 놓이고, 이에 질세라 일본
고 하얼빈은 자연스레 중국에 귀속됐다. 하지
작한 도시가 상하이만은 아니었다. 1930년대
이 팔을 걷어 부치면서 두 나라 사이에서 전쟁
만 꿈은 잊혀졌다. 하얼빈은 아무도 돌아보지
상하이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꿈이었다면,
(1904~1905)을 겪기도 했다. 만주를 지배하고
않는 변방의 작은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꿈
하얼빈은 러시아와 일본, 조선의 꿈이었다. 러
이를 발판으로 내륙으로 진출하고자 했던 일
에서 깨어난 현실은 추웠고, 사람들은 덜덜 떨
시아와 일본은 서로 다투면서 탐욕을 드러냈
본에게 다시 이용당하기도 했다(1932-1945).
었다. 다시 꿈꿀 수 없는 것일까? 그때 하얼빈
고, 조선은 벌판을 달리며 독립을 꿈꿨다. 근
러시아에 10월 혁명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들
은 새로운 꿈을 만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
대 동아시아 코스모폴리탄의 탄생. 하얼빈은
이 몰려와 터전을 잡고 살던 땅, 조선이 멸망
누구로부터가 아닌, 스스로의 꿈이었다.
06 HUFS MAGAZINE 2008 WINTER
HUFS MAGAZINE 2008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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