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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학보
편집국장인사말
기록의의미
기억은 쉽게 휘발됩니다. 아무리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어도 예
외는 아닙니다. 편집장 임기가 끝난 지 반년이 채 안 됐음에도 학교의
사건 사고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는 걸 보며 다시금 느낍니다. 그렇
기에 기록은 큰 힘을 지닙니다. 모두가 잊더라도 사실로써 존재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외대학보 축쇄판 출간은 제게 그런 기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했습니다.
학보는 학교 구성원에게 학교 내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 기념비적인
일을 알리고 논의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이 학교의 일에 무관심한 것이 대학의 현실입니다. 공동체
의 단합은 취업이란 불안감에 학생들의 고려사항에서 제외됐고, 교수와 학생의 소통은 점점 일방적인
소통으로 변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상황은 모두가 관계에서까지도 거리를 두
게 했습니다. 이런 학생사회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외대학보에 몸담은 기간 동안 전 이 질문을 스스
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읽히지 않을 신문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임기
가 끝날 때까지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답은 임기가 끝난 후 축쇄판 분류 작업을 하며 이
전의 기사를 읽을 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적평가방식, 총학생회 선거, 총장 선거 등 여러 사안을 바
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기록 안에선 생생히 살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여기서 ‘기록은 현재 상황을 더
다양한 이가 논의할 수 있게 하고 미래의 당사자들이 자신을 돌이켜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영상 매체의 힘이 날로 커지고 있는 지금, 외대학보의 입지가 커질 것이라 자신하긴 어렵습니
다. 그러나 묵묵히 학교의 일을 기록하고 학교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만으로도 역
할을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반성하고, 누군가는 힘을 얻기 때
문입니다. 60년이 넘도록 역할을 다하고 있는 외대학보에게 이번 축쇄판 발행이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도 상반기 편집국장 100기 이 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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