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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작가와의 만남
<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 저자
이혜진(국문학박사, 철학과 93) 동문을 만나다
사상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식민지 말기의
식민지 말기의 한국문학은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문제, 그리고
자이자 문학평론가로 알려져 있는데 뜻밖에도 일본어로 쓴 단편
거기에 기반을 둔 문학의 존립 양태와 지식인의 윤리 문제를 중
소설을 다섯 편이나 찾았어요. 기쁘고 신기한 마음에 곧바로 번
조선 문학
요한 화두로 껴안고 있다. 책의 표제를 ‘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
역해 2012년에 <최재서 일본어 소설집>이라는 책을 냈어요.”
이라 내걸고, ‘전시체제기 한국문학의 윤리’라는 부제를 붙인 것
은 이 때문이다. 표제에서 사용한 ‘조선문학’이란 당시 국적을 상
실한 조선에 대해 일본문학과 구별하는 의미에서 식민지 조선문
인문학 전반에 대한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학을 지칭했던 당대의 용어를 그대로 썼다. 부제에 사용한 ‘한국
폭넓은 관심과 연구
끝난 1945년까지의 기간은 식민지 조선인에게
문학’은 사후의 관점에서 당대의 조선문학을 정치적·사상적 혹
가장 힘겨운 시기였다. 전쟁의 당사자였던 일제의
은 국제관계적 의미망에서 조망한다는 차원에서 채택한 것이다.
학부 시절 철학을 전공한 그는 작가의 꿈을 안고 국문학 석사 과
만행은 극에 달했고, 이 시기 문인들은 ‘문학’을
이혜진 박사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편
정에 진학했다. ‘국문학과 출신이 아니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
통해 일본의 전쟁에 복무해야 했다. 국문학자인
찬에 관여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박사과정을 수료하
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수업 준비며 과제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
이혜진 박사는 이들을 무조건 ‘친일파’로 분류하는
고 민족문제연구소에 자리를 잡은 그는 첫 업무로 <친일인명사
다보니 어느 순간 창작이 아니라 연구에 빠져들었고, 자연스럽
현실에 물음표를 던진다. ‘당시의 한국문학은
사상의 영역이었고, 그 지점에서 한국문학의
전>에 등재할 친일 문인을 찾아내는 일을 맡았다.
게 박사 과정으로 이어졌다.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
윤리를 자문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와
“그 전까지만 해도 친일 문인이라고 하면 일본어로, 일본에 충성
은 세명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련한 자신의 연구 논문을 묶어 지난해 10월
을 바치는 글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른바 ‘친일
철학 전공자로서, 인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의 방대한 연구
<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소명출판)을 펴냈다.
문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고개를 갸
에 큰 도움이 된다. 엄밀히 보면 지금 그의 연구도 역사철학의 범
웃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일본어로 쓰기는 했지만 내용
주에 있다. 경성제대 영문과 출신으로 당대 최고 엘리트로 꼽히
안에서 일본어를 교묘하게 훼손한 경우도 있고, 식민지 조국을 옹
던 영문학자였지만 영문학자들이 관심 갖지 않는 최재서를 연구
호하는 내용도 있어요. 일제의 식민통치가 극악무도했던 당시 상
하고, 식민지 말기의 한국문학을 연구하느라 그의 관심사는 영
황을 고려해보면 ‘이들을 무조건 친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옳
문학, 국문학, 일문학, 철학 등 인문학 전반으로 뻗어 있다.
은가’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친일 문인을 찾는 작업이 거꾸로
“기왕 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남들이 어려워하는 연구에 도
이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죠.”
전하고 싶다”는 이혜진 박사. 그는 “지금 하는 이 작업이 재미있
이것을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겠다고 결심한 그는 3년간 일한 민
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스로 미련하다고 느낄 정도로 연구는 더
족문제연구소에 사직서를 낸 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전
디고, 느리게 진행되지만 그는 믿는다. 언젠가 이 연구에 평생을
시(戰時) 일본 사상사’ 권위자인 요네타니 교수가 있는 도쿄외
바치기를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날이 올 것이라고.
국어대학에서 공부했다.
“이 분야는 균형잡힌 시각이 굉장히 중요해요. 자칫 한쪽으로 치
우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하면 위험하죠. 당시 일본 내 상황, 사
상 등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일본 학
자들과 공동 연구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최재서 같은, 당대 문인
들의 미발표 작품을 찾는 성과도 거두었지요. 최재서는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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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 저자
이혜진(국문학박사, 철학과 93) 동문을 만나다
사상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식민지 말기의
식민지 말기의 한국문학은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문제, 그리고
자이자 문학평론가로 알려져 있는데 뜻밖에도 일본어로 쓴 단편
거기에 기반을 둔 문학의 존립 양태와 지식인의 윤리 문제를 중
소설을 다섯 편이나 찾았어요. 기쁘고 신기한 마음에 곧바로 번
조선 문학
요한 화두로 껴안고 있다. 책의 표제를 ‘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
역해 2012년에 <최재서 일본어 소설집>이라는 책을 냈어요.”
이라 내걸고, ‘전시체제기 한국문학의 윤리’라는 부제를 붙인 것
은 이 때문이다. 표제에서 사용한 ‘조선문학’이란 당시 국적을 상
실한 조선에 대해 일본문학과 구별하는 의미에서 식민지 조선문
인문학 전반에 대한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학을 지칭했던 당대의 용어를 그대로 썼다. 부제에 사용한 ‘한국
폭넓은 관심과 연구
끝난 1945년까지의 기간은 식민지 조선인에게
문학’은 사후의 관점에서 당대의 조선문학을 정치적·사상적 혹
가장 힘겨운 시기였다. 전쟁의 당사자였던 일제의
은 국제관계적 의미망에서 조망한다는 차원에서 채택한 것이다.
학부 시절 철학을 전공한 그는 작가의 꿈을 안고 국문학 석사 과
만행은 극에 달했고, 이 시기 문인들은 ‘문학’을
이혜진 박사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편
정에 진학했다. ‘국문학과 출신이 아니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
통해 일본의 전쟁에 복무해야 했다. 국문학자인
찬에 관여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박사과정을 수료하
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수업 준비며 과제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
이혜진 박사는 이들을 무조건 ‘친일파’로 분류하는
고 민족문제연구소에 자리를 잡은 그는 첫 업무로 <친일인명사
다보니 어느 순간 창작이 아니라 연구에 빠져들었고, 자연스럽
현실에 물음표를 던진다. ‘당시의 한국문학은
사상의 영역이었고, 그 지점에서 한국문학의
전>에 등재할 친일 문인을 찾아내는 일을 맡았다.
게 박사 과정으로 이어졌다.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
윤리를 자문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와
“그 전까지만 해도 친일 문인이라고 하면 일본어로, 일본에 충성
은 세명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련한 자신의 연구 논문을 묶어 지난해 10월
을 바치는 글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른바 ‘친일
철학 전공자로서, 인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의 방대한 연구
<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소명출판)을 펴냈다.
문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고개를 갸
에 큰 도움이 된다. 엄밀히 보면 지금 그의 연구도 역사철학의 범
웃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일본어로 쓰기는 했지만 내용
주에 있다. 경성제대 영문과 출신으로 당대 최고 엘리트로 꼽히
안에서 일본어를 교묘하게 훼손한 경우도 있고, 식민지 조국을 옹
던 영문학자였지만 영문학자들이 관심 갖지 않는 최재서를 연구
호하는 내용도 있어요. 일제의 식민통치가 극악무도했던 당시 상
하고, 식민지 말기의 한국문학을 연구하느라 그의 관심사는 영
황을 고려해보면 ‘이들을 무조건 친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옳
문학, 국문학, 일문학, 철학 등 인문학 전반으로 뻗어 있다.
은가’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친일 문인을 찾는 작업이 거꾸로
“기왕 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남들이 어려워하는 연구에 도
이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죠.”
전하고 싶다”는 이혜진 박사. 그는 “지금 하는 이 작업이 재미있
이것을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겠다고 결심한 그는 3년간 일한 민
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스로 미련하다고 느낄 정도로 연구는 더
족문제연구소에 사직서를 낸 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전
디고, 느리게 진행되지만 그는 믿는다. 언젠가 이 연구에 평생을
시(戰時) 일본 사상사’ 권위자인 요네타니 교수가 있는 도쿄외
바치기를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날이 올 것이라고.
국어대학에서 공부했다.
“이 분야는 균형잡힌 시각이 굉장히 중요해요. 자칫 한쪽으로 치
우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하면 위험하죠. 당시 일본 내 상황, 사
상 등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일본 학
자들과 공동 연구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최재서 같은, 당대 문인
들의 미발표 작품을 찾는 성과도 거두었지요. 최재서는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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