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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외대인 3
<끝까지 간다>에 대해 미국 연예·영화전문지
“서스펜스와 유머의 동거가 불편하기 쉬운데 어쩜 그렇게 균형을 잘 맞췄
<할리우드 리포터>는 ‘고품격 한국범죄영화 칸에
느냐며 입에 올리기 민망할 만큼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또 공권력에 대한
오다’라는 제목 아래 ‘폭주하는 서스펜스와 블랙
비판 의식에 주목하더라고요. 제 대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저 자신과 사회에
유머가 만나 완성된, 한시도 예측할 수 없는 박진
대한 진지한 관심과 고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이 결국 감독으로서의
감 넘치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스크린 데일리>
제 색깔 일부가 됐고요. 사회적 비판은 재미로 넣은 거였어요, 과하면 영화
역시 ‘신선한, 극도의 재미를 선사한다’면서 ‘정밀
의 재미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해서 재미 요소로 사용했는데 칸에서는 그 부
하게 짜인 플롯과 재치 있는 각본으로 영화에서
분을 크게 보더라고요.”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영화의 전반부는 영리
세계 어느 영화제나 그렇지만 특히 칸의 관객들은 감독과 배우가 그 길을
하면서도 섬세하게 빚어져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가는 보람을 느낄 만큼 큰 환대로 그간의 고생과 노력을 보상한다. 자칫 자
서 주목받았다’고 극찬했다.
만으로 빠질 수도 있을 정도로 호의를 표현한다.
이선균의 담백한 연기, 조진웅의 설득력 있는
“저는 놀이동산에 다녀온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추억이지
악역 연기에 대한 칭찬도 있었지만 대다수 호평이
만 놀이동산이 제 인생을 바꿀 것도 아니고, 돌아와서 다시 숙제하고 제 식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에게 집중됐다. 인터뷰
대로 놀아야지요. 어린 시절 동네에서 개·돼지만 보다가 어린이대공원에
가 있던 날, 아직 칸에서의 박수가 귓가에 남아 있
가니 기린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신기하잖아요. 가기 전에 설레고 다녀오
을 그에게 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을 물었다.
고 나서 기분 좋은 정도, 칸이 딱 그렇습니다.”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며, “칸에서 받은 과한 칭찬에 들뜨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첫 작품 실패 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
지난 5월 29일에 개봉한 <끝까지 간다>는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한
그는 2006년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주연 백윤식, 봉태
무서운 뒷심을 보이며 6월 말 현재, 누적관객 수 300만을 돌파하며
규)으로 데뷔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첫 작품은 ‘흥행참패’라는 호된 신고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을 치렀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끝까지 간다>로 다시 관객들 앞에
섰다. 몇 년간의 공백기를 헛되게 보내지 않았음을 이 영화를 통해 입증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학사장교로 군대를 늦게 다녀왔어요. 다른 사람에 비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어요. 여유가 있었죠. 바다를 보면 딴생각이 잘 들
질풍노도와 같은 대학시절을 마치고 제대를 한
해 늦은 나이, 서른이 다 돼 충무로에서 일하게 됐는데 첫 영화 <오! 해피데
어요(웃음). 그게 스토리의 원천이 됐을지도 모르죠. 친척이 3개의 개봉관
후 직업을 가져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어린 시절의
이> 부터 조감독을 맡게 됐고 영화 시작 3년 만인 2006년에 데뷔작을 했으
이 있는 극장을 운영해,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 빼고는 다 봤어요. 감독
‘놀이터’로 돌아갔다. 11년 만에 칸국제영화제라
니 운이 참 좋았죠. 충무로에 돈이 많았던 시기라 받은 혜택이었는데 제 능
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영화를 접한 건 아니었지만, 극장이
는 커다란 놀이터에도 다녀왔다. 조용하지만 힘이
력으로 착각했던 거죠. 특히 영화의 내적 완성도와 관객을 바라보는 시선의
어린 시절 제 놀이터였어요.”
있고,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중성’이 치명적이었어요. 나부터 좋아해야 그 진심으로 한 사람의 마음
외대 헝가리어과에 입학한 뒤에는 세상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에게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첫 작품의 초라함을 처절히 느낀 후
그는 “그땐 강의도 많이 빼먹었다”며 “요즘 인터넷을 통해 인문학
“제 영화를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되고 싶어
‘나는 뭘 좋아하나’에 집중해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찾아 들으며 그 시절 수많은 좋은 강의를 흘려보낸 것이 아쉽
요.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서 관객이 좋아하시리
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으니 최고의
라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잖아요. 또 창작자는
어린 시절 ‘놀이터(영화)’로 돌아가다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공부하기 싫으
자기복제를 하는 순간 수명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
고된 시절의 얘기를 하는데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감독으로 사는
면 연애라도 잘 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해요. 자기 색깔은 있되 항상 조금씩 다른 음악을
게 무척 행복해 보인다고 하니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후
농담처럼 던진 그 한마디 속에는 자신이 하는 일을 항상 응원해주고, 묵묵
보여 주는 가수 조용필 같은 감독이 되고 싶어요.
회 없고 흔들림 없는 김성훈의 영화 인생은 강원도 강릉에서 보낸 어린 시
히 곁을 지켜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같은 학과 동기로 8년
욕심일까요?”
절 자연스레 잉태됐다.
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아내는 지금도 가장 좋은 인생의 친구이자 조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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