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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원천 언어와 문화, 그리고 모국어.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번역’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원천 언어(Source Language,
SL)를 통달하다시피 해야 한다. 탄탄한 문법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훌륭한 번역가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복잡하고 난삽한 문장이라도 의미를 더하지 말고 빼지도 말고 고스란히
추려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번역의 사상누각을 세우기 십상이다.
방금 앞의 예에서 ‘말’을 ‘word’가 아닌 ‘horse’로 잘못 번역한 것은 원천 언어(한국어)를 제
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원천 언어가 속해 있는 원천 문화(Source Culture, SC)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조지훈의 시를 번역한 번역가는 한국의 불교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였다. 훌륭한 번역가는 원천 언어만 잘 알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
고 원천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엄밀히 말해서 번역이란 해당 외국어의 번역
이 아니라 해당 문화의 번역이다.
훌륭한 번역가는 더 나아가 원천 언어나 원천 문화를 잘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목
표 언어(Target Language, TL)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번역가가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오류 가운데 하나는 모국어인 목표 언어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리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번역가 중에는 모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17세기 영국의 시
인이요 비평가인 존 드라이든은 훌륭한 번역가라면 모국어와 외국어를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만약 이중에서 어느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외국어 쪽을 희생하는 쪽이 더
낫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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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외대77호 내지.indd 22
2012-10-24 오후 6: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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