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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외대인 3
아는 사람들은 다 알만한 유명한 쌍둥이 형제가
본격적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한 것은 2006년 즈음이었다.
이후 10년여를 공부했지만 그들이 바라는 문은 쉽사리 열
있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매일같이 도서관의
리지 않았다. 2014년에는 사법시험 출신 경찰 특채 제도가
한자리에서 어깨를 마주 댄 모습이 뭇 시선을
폐지되기까지 해 좌절을 더했다. 고민 끝에 둘은 오랜 기간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에 둘러오던 길을 접고 경찰공무원 일반 공채 시험을 준비
학교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하기로 했다. 법학 과목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
오랜 꿈이었던 경찰의 제복을 나란히 입고 그들이
은 대략 반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나란히 경찰공무원 일
경찰공무원 합격
(법학 97)
반공채에 합격했다. 참으로 오래 돌아온 길이었다.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섰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이 저희에게 의미를 잃은 후 운동장에 앉아서 수
김동현 김동욱
개월을 고민했는데 마지막 결론은 ‘하고 싶은 일을 하자’였
습니다. 오랜 수험생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이제야말로 하
똑같이 키워 온 같은 꿈.
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뿌듯합니
경찰!
다.”
운명이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쌍둥이로 나란히 태어
나 떨어져 있었던 시간은 중학교 3년뿐이었다. 그 외에는 같
경쟁자이자
은 반에서, 늘 공부도, 식사도,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함께
동반자인 우리
였다. 군대마저도 똑같이 해군에 지원해 같은 부대에서 제
“쌍둥이라는 존재자체가 우리에겐 서로 시너지입니다. 24
대했다.
시간 경쟁자와 함께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함께 목표를 달
형제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경찰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그
성하려는 동반자이기도하다는 점이 여느 경쟁자들과는 다
럴 수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사
른 점이겠지요. 힘든 시간도 서로가 있어서 견뎌올 수 있었
건사고를 몇 번이나 겪었기 때문이다. 학교 앞 도로에서 음
습니다.”
주운전자를 잡아 경찰에 넘기거나, 시비가 붙은 난폭택시
지난 4월 합격통지를 받아든 김동현·동욱 동문은 이제 9
기사가 기소중지자여서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월부터 경찰학교에 들어가 8개월간의 교육을 거친 후 지구
목격한 것은 대학에 입학한 이후 겪은 일들이다. 그 전에 고
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오랜 기다림 끝의 새로운 출발인 만
등학생 때는 2인조 강도를 길에서 만나고 얼마 뒤 그들이 경
큼 그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찰에 체포되는 장면을 또다시 목격하기도 했다. 이 일은 나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는 사람이 경찰관이
중에 경찰이 되자고 둘이 의기투합한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라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그간 익힌 지식과 따
고 한다. 흔치않은 경험을 계속하면서 ‘우린 정말 경찰 안하
듯한 감성으로 하나하나의 사건을 내 가족의 일처럼 처리
면 안되겠다’ 하는 또 다른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할까.
하는 섬세한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대학은 법대로 지원했다. 한국외대에 지원한 것은 우리 학
“어떤 분야에서 일하게 되든지 열심히 할 것이고 기회가 된
교 서반아어과에 다니던 누나의 영향이 컸다. 그들은 입학
다면 원래의 꿈처럼 범죄 수사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습니
후 형사정책에 관한 책을 읽으며 범죄, 범죄수사 등에 대한
다.”
관심을 더욱 키워갔다. 그리고 경찰에 대해 알아보던 중 경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간직해 온 그 꿈이 이제는 그들에게
찰에서 사법시험 출신을 특채로 뽑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감동했기를. 운명처럼 느껴졌던 그 꿈이 정말 그들에게 맞
알게 되었다. 이왕이면 높은 목표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춤의 제복이 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절로 일어났다.
들어 둘은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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