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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외대인 1
베트남 생활의 꿈 접고
모교의 발전상,
영화계로 돌아가다
늘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어
우리 영화사에서 ‘배우 안성기’는 ‘큰 산’이다. 이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온 그는 학업에 매진해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
‘연기 외에 기쁘고 행복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묻
른바 ‘딴따라’로 불리던 ‘배우’의 이미지를 바꾸었
과에 입학했다. 베트남은 당시 한창 전쟁 중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베트남
자 그는 유니세프 친선대사와 아시아나국제단편
고,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연기로
에 가서 살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 준비를 위해 ROTC 장교로도 복무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직을 꼽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
한국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몸에 밴 반듯함
그러나 전역을 앞두고 베트남전이 끝나면서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게
를 맡은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고, 영화제 집행위
다가 베트남어 전공자를 뽑는 기업이 없어 학과 수석 졸업생임에도 불구하
으로 영화계 선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
원 일도 11년째 접어든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고 2년간 ‘실업자’로 살아야 했다. 오랜 방황을 거쳐 그가 다시 찾은 곳은 영
고, 오직 영화에만 몰두하며 사는 그에게 대중은
그는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저개발국가
화 현장이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다.
들의 어려운 현실을 살펴보고, 그들의 실정과 함
단역이 주어져도 감사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던 어느 날, 우연히 이장호 감
알려진대로 그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여섯 살 때
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린다. 영화제의 경
독을 만났다. 마침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이 감
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
우 이제 막 영화판에 뛰어든 젊은 영화인들이 만
독은 그에게 시골에서 상경한 중국집 배달원 역할을 맡겼다. 상대역은 당대
다. 김 감독과 그의 부친은 친구 사이로, 마땅한
든 작품을 함께 즐기고, 그들과 소통하고, 세계 영
최고의 여배우 유지인이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어
아역을 구하기 어려워 그를 작품에 출연시켰다고
화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워 오랫동안 함께 하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에 출연해 백상예술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면서
한다. 연기를 곧잘 한 덕분에 김기영 감독은 2년
고 있다.
‘안성기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배창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1980~90년
뒤인 1959년, 또다른 영화 <10대의 반항>에 그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모교 소식지와의 인터뷰에
대 영화계를 휩쓸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실미도> <라디오스타> <부러진
캐스팅했다. 당시 그는 이 영화로 샌프란시스코국
흔쾌히 응한 그는 지면을 통해 60주년 축하인사
화살> 등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여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제영화제에서 특별상(아역상)을 수상했다.
를 건네며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에 대해 언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그는 최근까지 기획사도, 매니저도 없이, 혼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1968년 이성구 감
급했다.
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왔다. 이 점을 불편해하는 후배들이 많아 지금은 개
독의 <젊은 느티나무>를 끝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외대는 항상 관심의 대상입니다. 오바마 대
인 매니저를 한 명 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외에는 다른 데 한눈 판 적
그는 “고등학생이 되니 맡을 만한 배역이 별로 없
통령이 방한했을 때 외대에서 연설하는 것을
이 없기 때문에 혼자 일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었고, 워낙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 또래 친구들처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또, 세계 대학 평가 순
럼 공부도 하고 놀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고 한다.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언제나 영화였기 때문에 사업이나 혹은 영화
위에서도 계속 좋은 점수를 얻고 있는 걸 보
“어렸을 때는 잘 한다는 칭찬에 떠밀려 연기를 했
를 통해 다른 것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순수하게 배우로
면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동문으
어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카메라 앞에 서
서 승부하겠다, 영화를 하며 먹고 살고, 또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
로서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죠.”
는 게 쑥스럽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매력을 그때
했죠. 그래서 거기에 올인하며 살았어요. 어떤 일을 하든 가장 근본
최근 새 영화 <트로트>(감독 김기훈, 제작 나래픽
는 몰랐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와 멀어졌
인 영화배우로서의 자세, 마음가짐은 흔들리지 말자는 소신이 있었
처스)에 황학동 책방 주인으로 캐스팅된 그는 곧
어요.”
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원
그렇다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는 후배들을
한 현역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의 소망처럼, 스크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린에서 오래오래 그의 명품 연기를 만날 수 있기
일을 했을 때 행복한지 아닌지가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를 바란다.
“저는 영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래서 저는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배우로만 살고 있는 거죠. 예능에 나가는 것, 혹은 다른 분야에 도전하
는 게 즐거우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지요. 특강이나 인터뷰 요청을 종종
받는데, 저는 이게 참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강연을 즐기는 분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재미있게 잘 하고요. 각
자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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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활의 꿈 접고
모교의 발전상,
영화계로 돌아가다
늘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어
우리 영화사에서 ‘배우 안성기’는 ‘큰 산’이다. 이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온 그는 학업에 매진해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
‘연기 외에 기쁘고 행복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묻
른바 ‘딴따라’로 불리던 ‘배우’의 이미지를 바꾸었
과에 입학했다. 베트남은 당시 한창 전쟁 중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베트남
자 그는 유니세프 친선대사와 아시아나국제단편
고,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연기로
에 가서 살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 준비를 위해 ROTC 장교로도 복무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직을 꼽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
한국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몸에 밴 반듯함
그러나 전역을 앞두고 베트남전이 끝나면서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게
를 맡은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고, 영화제 집행위
다가 베트남어 전공자를 뽑는 기업이 없어 학과 수석 졸업생임에도 불구하
으로 영화계 선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
원 일도 11년째 접어든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고 2년간 ‘실업자’로 살아야 했다. 오랜 방황을 거쳐 그가 다시 찾은 곳은 영
고, 오직 영화에만 몰두하며 사는 그에게 대중은
그는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저개발국가
화 현장이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다.
들의 어려운 현실을 살펴보고, 그들의 실정과 함
단역이 주어져도 감사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던 어느 날, 우연히 이장호 감
알려진대로 그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여섯 살 때
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린다. 영화제의 경
독을 만났다. 마침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이 감
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
우 이제 막 영화판에 뛰어든 젊은 영화인들이 만
독은 그에게 시골에서 상경한 중국집 배달원 역할을 맡겼다. 상대역은 당대
다. 김 감독과 그의 부친은 친구 사이로, 마땅한
든 작품을 함께 즐기고, 그들과 소통하고, 세계 영
최고의 여배우 유지인이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어
아역을 구하기 어려워 그를 작품에 출연시켰다고
화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워 오랫동안 함께 하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에 출연해 백상예술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면서
한다. 연기를 곧잘 한 덕분에 김기영 감독은 2년
고 있다.
‘안성기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배창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1980~90년
뒤인 1959년, 또다른 영화 <10대의 반항>에 그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모교 소식지와의 인터뷰에
대 영화계를 휩쓸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실미도> <라디오스타> <부러진
캐스팅했다. 당시 그는 이 영화로 샌프란시스코국
흔쾌히 응한 그는 지면을 통해 60주년 축하인사
화살> 등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여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제영화제에서 특별상(아역상)을 수상했다.
를 건네며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에 대해 언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그는 최근까지 기획사도, 매니저도 없이, 혼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1968년 이성구 감
급했다.
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왔다. 이 점을 불편해하는 후배들이 많아 지금은 개
독의 <젊은 느티나무>를 끝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외대는 항상 관심의 대상입니다. 오바마 대
인 매니저를 한 명 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외에는 다른 데 한눈 판 적
그는 “고등학생이 되니 맡을 만한 배역이 별로 없
통령이 방한했을 때 외대에서 연설하는 것을
이 없기 때문에 혼자 일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었고, 워낙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 또래 친구들처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또, 세계 대학 평가 순
럼 공부도 하고 놀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고 한다.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언제나 영화였기 때문에 사업이나 혹은 영화
위에서도 계속 좋은 점수를 얻고 있는 걸 보
“어렸을 때는 잘 한다는 칭찬에 떠밀려 연기를 했
를 통해 다른 것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순수하게 배우로
면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동문으
어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카메라 앞에 서
서 승부하겠다, 영화를 하며 먹고 살고, 또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
로서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죠.”
는 게 쑥스럽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매력을 그때
했죠. 그래서 거기에 올인하며 살았어요. 어떤 일을 하든 가장 근본
최근 새 영화 <트로트>(감독 김기훈, 제작 나래픽
는 몰랐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와 멀어졌
인 영화배우로서의 자세, 마음가짐은 흔들리지 말자는 소신이 있었
처스)에 황학동 책방 주인으로 캐스팅된 그는 곧
어요.”
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원
그렇다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는 후배들을
한 현역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의 소망처럼, 스크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린에서 오래오래 그의 명품 연기를 만날 수 있기
일을 했을 때 행복한지 아닌지가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를 바란다.
“저는 영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래서 저는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배우로만 살고 있는 거죠. 예능에 나가는 것, 혹은 다른 분야에 도전하
는 게 즐거우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지요. 특강이나 인터뷰 요청을 종종
받는데, 저는 이게 참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강연을 즐기는 분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재미있게 잘 하고요. 각
자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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