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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ERVA 2014 Spring vol. 60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요즘 학교들이 전부 ‘세계화’를 외치며 ‘글로벌 리더 양성’을 표방하는데요,
외대 글로벌캠퍼스의 부총장으로 계시다가 외대부고로 오셔서 고등학교를 4년째 이끌어오고 계신데요,
고등학교는 대학하고는 많은 것이 달라서 교장선생님께 많은 도전과제를 안겨준 자리였을 것 같은데 어떠
진정한 세계화, 글로벌 리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셨나요?
해외 대학에 간다고, 외국에 나가 산다고 세계화가 아니고, 영어를 잘한다고 글
대학에 있다가 고등학교에 오니까 역시 많은 것이 다르더라고요. 우리학교가 외고에서 자사고 전환을 하면
로벌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에요.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타
서 변화도 많았던 시기였고요. 학부모, 교사의 입장을 다 살펴서 의견을 맞춰야 했고, 진학성적에도 신경을
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위해서 희생하는 마음,
써야 했지요. 대학에 오래 근무하면서 뭔가 새롭고 치열한 도전과 경험을 하고 싶던 차에 이곳으로 파견근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이타심이 글로벌 리더를 만들죠. 다른 사람에
무를 오게 된 건데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년을 몇 해 남겨두지 않은 나이에 새
대한 배려와 이타심을 전지구적으로 갖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이라고 생각합니
롭게 고등학교에 와서 ‘교육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이곳에서 교육에
다. 특별할 것도 없고 교과서에 나오는, 다 아는 얘기죠. 외국어를 잘하는 건 당
대한 가치관을 새로 정립을 해가기 시작했고, 학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도
연한 것이고, 어디에서 살든 그 사회의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우리와 다른 문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에 감탄했어요.
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늘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 어디에 살든 맡은 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이런 것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시기에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학교의 리더로서 여러 가
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구성원간의 갈등은 어떻게 극복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글로벌 리더가 된다는
글쎄요, 극복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오래 생활해서인지 저는 선생님들과 제가 상하관계라
말의 의미는 타인에 대한
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일선 선생님들하고 즐겁게 생활하겠다고 마음을 먹
었고요, 우선 선생님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저는 모든 문제를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결정
해요. 하지만 교장으로서 선생님들한테 특별히 주문한 건 있어요. 학생들을 교육시키지 말자고 했어요. 학생
배려심을 키우는 것이라고
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도록 놔주자고. 학생들에게 조언은 하되,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말라고, 선생님들은
학생들한테 보여주기만 하라고요. 수업시간에 잘 가르치고 필요할 때 상담해주고, 공부할 자리를 마련해주
생각합니다.”
기만 하자고 했어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책상에만 붙잡혀 있던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었어요. 우
리 학생들에겐 이런 방식이 맞겠다고 판단한 거죠. 수업은 6교시까지만 하고 그 다음부터는 동아리 활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마음대로 하게 했는데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데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믿었어요. 창의성과 인성이 요즘 대학들이 바라는 교육의 패러다임이에요. 자율적으로 생활하게 해주니까
“정년을 몇 해 남겨두지 않은
학생들 표정이 밝아졌고, 수능성적도 나빠지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졌죠. 자유를 주면 당장은 성적이 조금
나이에 고등학교로 와서
떨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유리하고 대학에서도 그런 걸 바라고 있어요. 수시모집에서
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인성을 보잖아요. 이건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게 아니지요. 학생 얼굴이 밝고 성격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도 활발하다고 소문이 나니까 대학에서도 우리 학생들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밝고 명랑한데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공부도 잘한다고. 학부모님들하고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저는 부모님들께 학교와 학생을 믿고 편히 지내
되었습니다.”
시라고 얘기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편안하고 가정이 건강한 게 아이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니까요.
학생들에게 자율을 주고, 모든 문제를 대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풀어가는 교장선생님의 부드러운 리더
십이 통했네요.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과 리더십은 어디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외대에서 학생들과 지냈던 방식이 그랬던 거죠. 권위의식 없이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몸에 배
어 있어요. 독일 유학시절에 제가 경험한 것이 그런 것이었고요. 자율적이고 사제지간에 벽이 없고. 그래
서 저도 학생들에게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했고, 그건 고등학교라고 다를 게 없죠. 학생들을 존중하고 자유
롭게 풀어주는데 그러면서도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거예요. 어느 학교든지, 어느 지역의 어떤 학생들이
든지 교사로서 해줘야 할 공통적인 게 있다면 그건 학생에 대한 관심일 겁니다.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걸 싫어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어요. 대학에서도 학생들 이름을 잘 외면 강의평가가 좋
게 나오지요. 아무리 수업을 잘해도 학생들 이름을 못 외고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교수는 강의평가
가 좋지 않고요.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에 민감해요. 선생님이 관심을 보여주면 엇나가려는 학
생들도 금방 좋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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